[맨투맨] 고베어 & 미첼, 코트 위 케미는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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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디 고베어의 코로나19 확진은 NBA가 2019-2020시즌의 문을 닫는 결정적 계기였다. 미국의 분위기를 본다면 고베어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감염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어찌됐든 고베어의 확진 소식과 그 뒤 이어진 행동들은 NBA로 하여금 중단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제공했다.

그로부터 141일이 지났다. 31일(한국시간), 오랜 궁리 끝에 NBA는 올랜도 월트 디즈니월드에서 2019-2020시즌을 재개했다.

흥미롭게도 재개된 후 나온 첫 필드골의 주인공이 바로 루디 고베어였다. 시작 18초 만에 골밑 득점을 넣으면서 마침내 재개된 NBA의 첫 득점을 올렸고, 106-104 승리를 결정짓는 중요한 자유투도 넣었다.

이날 고베어는 34분을 뛰며 14득점(자유투 4-5) 12리바운드 3블록을 기록했다.

마지막 자유투가 발생한 장면은 유타 팬들에게 의미가 있었다. 고베어의 마지막 플레이를 만들어준 인물이 바로 도노반 미첼이었기 때문이다.

자타공인 유타의 에이스 미첼은 이날 36분을 뛰며 20득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4쿼터 승부처에서만 8점을 몰아치면서 수비를 현혹시켰다. 덕분에 마지막 플레이에서도 수비를 쉽게 반응시킨 뒤 고베어에게 패스를 건네 득점을 유도했다. 남은 시간은 6.9초. 고베어는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켜 승기를 안겼다.

‘잡음’이 일어나기 전에는 자주 봤던 장면.

‘미첼 TO 고베어’는 3쿼터 중반에 앨리웁 플레이로도 나타났다. 덕분에 유타는 16점차를 극복하고 승리를 거두었다. 42승 23패. 3위 덴버 너게츠(43승 22패)와는 1게임차다. 게다가 16점차는 올 시즌 유타가 뒤집은 최다 점수차 타이기록이었다. (2월 7일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 전도 16점차 뒤집기에 성공)

불협화음?

고베어와 미첼은 코트 밖에서 결코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성향이 많이 달랐다. 여기서 사건이 터진다. 고베어가 확진자로 판명이 나고, 미첼이 감염된 것이다. 미첼은 당시 유타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유일한 인물이었다. 미첼은 고베어의 무책임한 행동에 화를 많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리그가 중단되어 더 엮일 일은 없었지만 주변에서는 둘 사이가 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ESPN」과 「CBS」 등 매체는 두 선수가 한 달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는 보도도 있었고, 한술 더 떠 이로 인해 둘 중 하나가 이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루머가 일시적으로 나돌기도 했다.

2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2013년 1라운드 27순위로 유타에 지명된 이래, 고베어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리그 정상급 수비수로 올라섰다. G리그도 다녀오고, 벤치 끝에도 앉아있었다. 2016-2017시즌 올-디펜시브 퍼스트팀에 선발된 이래 3시즌 연속 이름을 올렸고, 블록슛 1위, 올-NBA 팀, 올해의 수비수(2회), 이윽고 이번 시즌에는 올스타가 됐다. 이러한 성장세 속에서 본인의 입지도 굳건했다. 덕분에 2017-2018시즌부터는 연봉의 단위가 바뀌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그가 정상적으로 받을 연봉은 2,500만 달러였다. 첫 4시즌 간 받은 총연봉이 500만 달러가 안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한 인생 역전인 셈이다. 고베어의 계약은 2020-2021시즌이 끝나면 만료되는데, 현 시점이라면 같은 단위의 금액을 충분히 받을 것으로 보인다.

코트 밖에서도 그런 고베어의 입지는 굳건했다. 「솔트레이크 트리뷴」의 에릭 월든 기자는 2018년 10월 자신의 기사에서 “루디 고베어는 유타 재즈 라커룸의 리더를 맡고 있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당시 도노반 미첼도 “정말 마음 속 깊이 믿고 따르는 선배”라고 말했으며, 실제로 동석한 기자회견에서 고베어에게 곤란한 질문이 들어올 때면 대신 답을 해주는 의리를 보였다. 그때만 해도 둘은 “케미스트리가 제일 중요하다. 팀 스포츠에서 제일 간과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이다”라며 서로의 조화를 강조했다. (둘은 함께 광고도 찍었다.)

그런 둘의 관계가 코로나19 이후 둘의 관계가 모호해졌다. 에릭 월든 기자는 익명의 제보자의 말을 빌려 둘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됐다고도 보도했다.

그러나 고베어는 “우리는 프로선수다. 관계가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같다. 바로 우승이다. 모두 성인이고 승리를 위해서 필요한 일을 할 것이다”라며 둘의 관계가 호전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퀸 스나이더 감독 역시 미첼과 고베어 사이에는 더 이상 불화가 없다고 전했다. (이미 보도됐지만 고베어는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서도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첼, ‘필요한 일’을 하다

마침내 재개된 유타와 뉴올리언스의 경기. 미첼은 필요할 때마다 슛을 넣고 패스를 건네며 승리를 주도했다. 그런 미첼을 보며 경기 해설위원은 “미첼은 언제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아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그 일 중에는 바로 수비를 따돌리고 고베어에게 랍 패스를 건네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고베어는 경기 후 가진 미디어 인터뷰에서 “도노반(미첼)은 필요한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했고, 결국 해냈다”라며 서로 나아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미첼도 마찬가지.

현지 풀 기자단에 의해 작성된 인터뷰에 따르면 미첼은 “우리는 농구선수들이다. 나가서 필요한 플레이를 해내야 한다. 고베어는 정말 역할을 잘 해냈고 나도 오픈을 맞은 선수들을 찾아냈다. 수 천 번 말해왔지만 나는 더 나은 패서이자 플레이메이커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미첼은 7월 초 컨퍼런스 콜에서도 “지금은 괜찮다. 나가서 농구할 준비를 마쳤다”라고 말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현재 올랜도 버블에서는 「디 어슬레틱」, 「USA 투데이」, 「ESPN」에서 기자들이 파견되어 풀 기자 역할을 하고 있다.)

스나이더 감독도 만족감을 표했다. 비록 경기 내내 끌려 다니다가 자이언 윌리엄슨이 나간 뒤에 점수차를 좁히긴 했지만, 그래도 팀이 가장 필요로 했던 승리를 거머쥐었을 뿐 아니라, 가장 결정적인 득점을 팀에서 가장 상징적인 선수 둘이서 해냈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이다

그러나 유타가 마냥 웃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제 첫 경기라 충분히 개선의 여지는 있지만, 주전들에 비해 벤치의 활약이 저조했다. 보얀 보그다노비치(손목)가 더 이상 나서지 못하면서 조 잉글스가 다시 주전으로 올라왔는데 이로 인해 벤치가 얇아지는 결과가 나왔다.

식스맨들은 12개의 3점슛을 던져 1개만을 넣었다. 조던 클락슨이 32분을 뛰면서 자신의 18번째 20+득점(23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엠마누엘 무디아이를 비롯한 다른 이들의 활약은 극도로 저조했다.

보그다노비치 같은 명품 슛터치를 대체하긴 힘들 것이다. 보그다노비치는 올 시즌 3점슛 40% + 자유투 90% + 평균 20득점을 기록한 2명(다른 한 명은 크리스 미들턴) 중 하나였다. 이런 선수를 급히 수혈하기란 불가능하다. 대신 더 활발히 움직이면서 수비를 현혹시켜야 하는데 무디아이나 조지 니양은 그게 부족했다.

공격만큼이나 수비 집중력도 부족했다. NBA 센터 중 출전시간이 가장 많은 고베어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토니 브래들리와 같은 젊은 선수들의 공헌도 더 필요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시즌 내내 유타 팬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던 포인트가드 마이크 콘리가 제법 괜찮은 기량을 보인 것이다.

이날 그는 20득점(3점슛 2개)과 어시스트 4개, 스틸 1개를 기록했다. 론조 볼에 대한 수비도 나쁘지 않았다. 콘리는 꾸준히 팀에 녹아들고자 노력해왔지만, 시즌 중 성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경기에서 어시스트를 리드한 적도 15번 밖에 되지 않았다. (팀내 1위는 잉글스로 33회였고, 2위는 미첼로 22회였다.) 부상으로 결장한 경기도 23번으로 가장 많았는데, 유타는 그 사이에 17승 6패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존재감이 줄어든 셈인데, 올랜도 버블에 합류한 이후로는 더 의욕적인 자세로 임하며 팀에 녹아들고 있다는 후문이다.

수비를 흔들어줄 선수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시점에서 콘리가 뉴올리언스 전만큼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19-2020시즌이 다시 시작됐다. 과연 여러 악재를 극복하고 연주를 재개한 유타가 시즌이 끝났을 때는 어느 위치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하다.

유타의 잔여 시즌 일정(* 한국시간)
8월 2일 vs OKC 썬더
8월 4일 vs LA 레이커스
8월 6일 vs 멤피스 그리즐리스
8월 8일 vs 샌안토니오 스퍼스
8월 9일 vs 덴버 너게츠
8월 11일 vs 댈러스 매버릭스
8월 14일 vs 샌안토니오 스퍼스

글=손대범


기사제공 손대범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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