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리뷰] ⑩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새긴 KGC인삼공사, 우리 모두가 목격자였다

[KBL 리뷰] ⑩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새긴 KGC인삼공사, 우리 모두가 목격자였다

기사입력 2021.06.10. 오후 08:00 최종수정 2021.06.10. 오후 08:00


16233697853726.jpg

[루키=이학철 기자] KGC인삼공사가 플레이오프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위력이 이 정도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KT와 현대모비스, KCC까지 3개의 시리즈를 치르는 동안 KGC인삼공사가 기록한 패배는 0회. 3개의 팀을 연이어 셧 아웃시킨 KGC인삼공사는 역사 상 단 한 차례도 없었던 플레이오프 10전 전승이라는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결코 쉽지 않았던 정규리그 출발, 그리고 신의 한 수

지난 2019-2020시즌 KGC인삼공사는 26승 17패, 리그 3위로 시즌을 마쳤다. 비록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플레이오프를 치르지는 못했지만, 2018-2019시즌 7위에 그쳤던 순위를 바짝 끌어올리며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다.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KGC인삼공사에 대한 기대치 역시 높았다. 2019-2020시즌 어깨 부상으로 17경기 만에 전열에서 이탈했던 오세근이 건강을 회복했고, 문성곤과 변준형 등 경험치를 잔뜩 먹은 유망주들의 성장세도 기대를 모았다. 

무엇보다 KGC인삼공사의 선전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것은 외국 선수 구성이었다. 그 중 1옵션으로 영입했던 얼 클락이 기대를 모았다. 2009년 NBA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4순위로 피닉스에 지명될 정도로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유망주였던 클락은 올랜도, 레이커스, 클리블랜드 등에서 NBA 생활을 이어나가며 국내 팬들에게도 친근한 선수였다. 

여기에 KGC인삼공사는 2옵션으로 라타비우스 윌리엄스를 영입했다. 스페인, 러시아 등 유럽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인 윌리엄스 역시 2옵션으로 사용하기에는 충분한 기량을 갖춘 자원이었다. 

김승기 감독 역시 시즌 전 "얼 클락에 대해서는 지난 시즌 크리스 맥컬러 이상의 기대를 가지고 있다. 골밑뿐만 아니라 외곽 공격도 가능하다. 코트 안팎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다. 라타비우스 윌리엄스의 경우 폭발적인 운동능력과 긴 팔을 이용한 리바운드가 장점이다"라며 두 외국 선수에 대한 기대치를 드러낸 바 있다.



예상대로 KGC인삼공사의 순위가 하위권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12월 4일 전자랜드전부터 16일 오리온전까지는 6연승을 질주하며 리그 선두에 오르기도 했다. 단, 여기에는 외국 선수들의 활약이 아니라 국내 선수들의 놀라운 분전이 더욱 크게 작용했다.

기대를 모았던 클락은 전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평균 기록은 14.0점 5.0리바운드. 평기 당 평균 21분 26초를 뛰면서 낸 기록치고는 나쁘지 않지만 문제는 효율이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꾸준히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으나, 이후 조금씩 기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경기에 임하는 클락의 불성실한 태도 역시 도마에 올랐다. 

또한 클락은 포워드형 외국 선수였다. 자연스럽게 수비에서는 약점을 안고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발생하는 구멍을 국내 선수들이 메워야 하게 되면서 체력적인 부담이 증가했다. KGC인삼공사의 국내 선수들이 챔피언결정전을 마친 후 입을 모아 "사람들이 우리가 편하게 우승을 거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플레이오프만 보면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는 정말 힘든 시즌이었다"고 이야기 한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부담이 계속되자 김승기 감독은 칼을 빼들었다. 12월 말 클락을 퇴출하고 이 자리에 크리스 맥컬러를 영입했다. 2019-2020시즌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고 평균 15.5점을 올렸던 검증된 자원. 폭발적인 득점력을 뽐내던 와중 부상을 당해 아쉽게 KBL 무대를 떠난 바 있다. 



그러나 맥컬러가 합류한 이후에도 KGC인삼공사의 경기력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맥컬러는 좀처럼 예년과 같은 득점력을 보이지 못하며 김승기 감독의 애를 태웠다. 거기다 맥컬러 역시 클락과 같은 포워드형 선수. 수비에서는 동일한 약점을 안고 있는 가운데 공격이 터지지 않으면 전혀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맥컬러가 출전한 21경기에서 KGC인삼공사는 10승 11패의 성적으로 5할에 미치지 못했다. 클락이 뛴 22경기에서 13승 9패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승률이 더 떨어진 셈이다. 

* 클락&맥컬러 출전 시 KGC인삼공사 성적 *
With 클락(14.0점 5.0리바운드) : 13승 9패
With 맥컬러(12.4점 6.3리바운드) : 10승 11패


상황이 이렇게 되자 KGC인삼공사는 또 한 번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시즌이 막바지로 향하던 3월 초. KGC인삼공사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듯 KGC인삼공사의 이 선택은 리그 판도를 바꿔버린 '신의 한 수'가 되었다.



Perfect 10

퍼펙트 텐. 양궁에서나 등장하던 이 용어가 KBL에서도 등장했다. 6강부터 플레이오프 무대에 나선 KGC가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으며 KBL 역사에 자신들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KGC인삼공사의 신의 한 수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이 신의 한 수는 바로 제러드 설린저의 영입이었다. 2월 국가대표 휴식기 이전까지 20승 18패로 5위에 머물러 있던 KGC인삼공사는 외국 선수 교체카드를 다시 한 번 꺼내들며 승부수를 던졌다. 



설린저의 합류 후 KGC인삼공사는 완전히 달라졌다. 설린저가 코트에 나서기 전까지의 성적은 23승 20패. 승률은 53.5%였다. 그러나 설린저가 출격한 마지막 10경기에서 7승 3패를 기록하며 최종 3위(30승 24패)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KCC(36승 18패)와 현대모비스(32승 22패)가 나란히 1위와 2위에 오른 가운데 KGC인삼공사는 플레이오프를 6강부터 시작해야 했다. 

6강에서 KGC인삼공사가 마주한 상대는 26승 28패로 정규리그 6위에 올랐던 KT였다. 허훈과 양홍석 두 젊은 코어를 바탕으로 탄탄한 국내선수진을 보유하고 있던 KT였기에 KGC인삼공사 역시 다소간의 고전이 예상됐다. 실제로 정규리그 맞대결에서는 3승 3패로 팽팽하게 맞선 두 팀이다. 

예상대로 KT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러나 3경기에서 모두 최후의 승자는 KGC인삼공사가 됐다. 1차전 전반까지 41-45로 뒤지던 KGC인삼공사는 후반을 압도하며 90-80의 승리를 따냈고, 기세를 이어가며 2차전(83-77)과 3차전(72-63)에서도 승리를 수확하며 4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KT 입장에서는 정규리그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평균 23.2점 8.7어시스트를 폭발시켰던 허훈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부분이 아쉬웠다. 허훈은 3경기에서 평균 35분 14초를 뛰며 14.3점 6.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햄스트링 통증을 안고 시리즈를 치른 탓에 온전한 컨디션이 아니었다. 

KT를 꺾으며 4강에 오른 KGC인삼공사의 다음 상대는 현대모비스. 정규리그 최고의 외국 선수로 군림한 숀 롱을 앞세워 2위에 올랐던 팀이다. 



그러나 현대모비스 역시 KGC인삼공사의 기세를 막아내지 못했다. 적지에서 펼쳐진 1차전을 75-67로 잡아낸 KGC인삼공사는 2차전(73-71)과 3차전(86-80)에서도 연이어 승리를 챙겼다. 설린저와 맞대결을 펼친 숀 롱은 평균 23.3점 10.0리바운드 활약으로 분전했으나 팀의 승리와는 인연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KGC인삼공사가 마주한 상대는 정규리그 1위에 빛나는 KCC였다. 이미 브레이크가 고장난 KGC인삼공사의 거침없는 질주는 챔피언결정전 무대에서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전주에서 열린 1차전부터 KGC인삼공사는 98-79의 압도적인 승리를 챙겼다. 

이어 2차전 역시 77-74로 잡아낸 KGC인삼공사는 홈으로 돌아와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3차전 109점을 뽑아내는 화끈한 공격력을 뽐내며 109-94 완승. 마지막 4차전 역시 상대 추격을 이겨내며 84-74로 승리를 따냈다. 역대 최초의 플레이오프 10연승 기록이 완성되던 순간이었다. 

KCC에게는 2차전이 두고두고 아쉬웠을 것이다. 분명 2차전 KCC에게 승리의 기회가 있었다. 이정현(27점)과 라건아(21점)가 나란히 맹활약했고, 여기에 설린저(8점)의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뜨거운 사나이였던 전성현마저 2차전에서는 무득점에 그쳤다. KCC에게는 긍정적인 요소가 모두 나왔던 경기였다. 

그러나 승리를 따낼 수 있었던 2차전을 놓치면서 KCC는 급격하게 무너졌다. 만약 2차전을 잡으며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면,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휘둘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창진 감독 역시 마지막 4차전을 앞두고 "2차전을 우리가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놓쳤던 것이 아쉽다. 3차전에 변화를 줬어야 했는데 2차전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그대로 다시 도전했던 것이 감독 입장에서 부끄럽고 창피한 부분이다. 선수들이 챔피언결정전을 통해 향상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가라앉고 자기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시리즈다"며 2차전의 아쉬움을 언급했다. 

이렇게 KGC인삼공사의 역대 최초 퍼펙트 텐 시리즈는 화려한 결말을 맞이했다. 또한 KGC인삼공사는 플레이오프 최다 연승 기록도 새로 썼다. 종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팀은 현대모비스로 현대모비스는 2012-2013시즌과 2013-2014시즌 총 두 시즌에 걸쳐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8연승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KGC인삼공사는 한 번의 플레이오프에서 10연승을 질주하며 현대모비스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 대기록 쏟아낸 KGC인삼공사의 아름다운 10경기 *
* 역대 플레이오프 최초 6강 / 4강 / 챔피언결정전 무패 우승
 (플레이오프 7전 전승 : 05-06 삼성, 12-13 현대모비스)
*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연승 
* 역대 챔피언결정전 우승 확률 100%
(2011-2012, 2016-2017, 2020-2021 3회 진출 3회 우승)




국내 선수들의 분전

이번 KGC의 완벽한 우승에는 역시 설린저의 지분이 가장 컸다. 설린저가 KGC인삼공사의 유니폼을 입지 않았다면 이번 퍼펙트 텐 우승도 나오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설린저라는 이름에 국내 선수들의 노력이 가려져서는 곤란하다. 이번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KGC인삼공사는 국내 선수들이 '설린저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저마다 제 몫을 다했다.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던 선수는 오세근이다. 정규리그 오세근은 우리가 알던 익숙한 모습이 아니었다. 48경기에 출전하며 지난 시즌의 17경기보다 훨씬 많은 경기에 나섰으나 평균 기록은 10.0점 4.6리바운드에 불과했다. 지난 6시즌 동안 평균 득점이 12점 밑으로 떨어져본 적이 없는 오세근의 예상치 못한 부진에 김승기 감독 역시 아쉬움을 자주 토로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무대가 되자 잠자던 사자는 깨어나기 시작했다. 6강 플레이오프부터 4강, 챔피언결정전을 거치며 오세근은 평균 14.0점 5.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정규리그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더욱 존재감이 돋보였다. 4번의 경기에서 평균 31분 31초를 뛴 오세근은 평균 20.0점 6.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포효했다. 설린저가 상대 수비의 시선을 끈 후 패스를 건네면 오세근이 손쉽게 골밑 득점으로 마무리했다.  

평균 20점 기록은 그가 치른 3번의 챔피언결정전 중 최다 기록이다. 이처럼 완벽하게 부활한 오세근의 위력 덕분에 KGC인삼공사는 골밑을 완전히 장악하며 KCC를 4경기 만에 누를 수 있었다. 

* 오세근의 정규리그/PO/챔프전 기록 *
정규리그 : 10.0점 4.6리바운드. FG% : 55.5%
PO : 14.0점 5.1리바운드. FG% : 60.6%
챔프전 : 20.0점 6.3리바운드. FG% : 65.5%




우승을 확정한 후 오세근은 "정규리그에서는 힘든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이 자리에서 뭐라고 말씀을 드리기는 그렇다. 다만 정규리그 막판부터 마음을 비우고 했던 것이 잘된 것 같다. 다른 것은 없다"며 챔피언결정전에서의 활약 비결을 밝혔다.

오세근뿐만이 아니었다. 이재도, 전성현, 문성곤, 변준형 등 착실한 성장을 거듭한 국내 선수들은 어느덧 팀의 주축이 되어 화려한 라인업을 완성했다. 이러한 국내 선수 라인업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다른 팀들은 어떻게든 설린저 효과를 봉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을 것이다. 

정규리그에서 평균 12.7점 3.4리바운드 5.6어시스트 1.7스틸을 기록하며 KBL을 대표하는 가드로 발돋움한 이재도는 플레이오프 들어 손목 부상 여파로 인해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달랐다. 유현준과의 매치업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져간 이재도는 KGC인삼공사 앞선의 폭발력을 이끌었다. 그 결과 이재도는 챔피언결정전 4경기에서 평균 14.5점 3.5리바운드 6.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탁월한 스피드를 활용한 저돌적인 돌파와 압박 수비로 공수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전성현은 리그 최고 슈터다운 활약을 선보였다. 정규리그 막판부터 설린저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한 전성현은 플레이오프 10경기에서 13.4점 3점슛 성공 2.6개 3점슛 성공률 38.2%를 기록했다.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는 3점슛 6개 포함 28점을 폭격하며 KGC의 대승을 이끌기도 했다.



'코리안 어빙' 변준형 역시 자신의 능력을 한껏 선보였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10득점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변준형은 2차전에서는 3점슛 5개 포함 23점을 기록하며 KGC인삼공사의 승리에 앞장섰다. 승부처였던 4쿼터 중반 터뜨린 결정적인 스텝 백 3점슛 2방이 없었다면 2차전 승리 역시 없었을 것이다. 

이재도, 전성현, 변준형이 공격을 이끈 선봉대였다면 문성곤은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진공청소기'였다. 공격을 풀어줄 선수가 많은 상황에서 문성곤은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높은 기여도를 보여주며 KGC인삼공사의 우승에 크게 공헌했다. 1차전부터 KCC의 핵심 득점원인 이정현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물론 공수 양면에서 고비마다 리바운드를 걷어내며 팀에 공격권을 가져다줬다.

특히 1차전과 2차전에서 문성곤은 각각 3개와 4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걷어낸 것을 포함해 총 20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냈다. 허슬 장인 문성곤이 있었기에 KGC인삼공사는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내내 안정적인 공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여러 국내 선수들의 뛰어난 활약 속에 KGC인삼공사는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고, KBL 역사를 통틀어서도 손꼽히는 챔피언으로 평가받게 됐다.







사진 = KBL 제공

이학철 기자 [email protected]

ROOKIE(Copyright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및 문의 [email protected]

기사제공 루키

00:00
Loading...
토토타임스 보증업체